수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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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람은 사랑을 남긴다

단단한 한 육신이 고운 가루가 됐다. 여든이 넘도록 병원 한번 가지 않았던 다부진 그 육체는 누르스름한 뼛가루로 남았다. 아들을 품에 안은 지 50여 년이 흘러, 작은 도자기 함에 담긴 당신은 다시 아들의 품에 안겼다. 2024년 9월 15일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대전으로 급히 내려갔다. 입관·발인·화장, 4일에 걸쳐 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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들리는, 흔들리는

듣는 행위는 그리 간단치 않다. 외이도를 통해 들어온 무수히 많은 공기분자가 고막을 흔들 때 우리는 비로소 듣는다고 말한다. 듣는다는 곧 흔든다는 것이다. 어떤 때 우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. 누군가의 말이 나의 마음을 흔들지 못하게 물리적 진동을 심리적 진동으로 오는 길을 차단하기도 한다. 듣는다는건 청취자의 선택적 의지를 내포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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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화 <퍼펙트 데이즈(2024) 中 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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겹침의 아름다움

“그림자가 겹치면 더 어두워질까요?”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한 사내가 주인공 히로야마에게 던진 질문이다. 히로야마는 대답한다.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말이 안 된다고. 매일 집 앞에서 한 할머니의 비 쓰는 소리에 잠에서 깨고, 양치를 하고, 화분에 물을 주고,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, 똑같은 자판기 캔 커피를 먹으며 출근하는 주인공 히로야마. 매일 챙겨가야 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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