STO 입법화 앞둔 국회, 블록체인 특성 반영 ‘숙제’
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토큰증권발행(STO) 법제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, 블록체인 기술과 현행 법간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.
10일 법조계 및 업계에 따르면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을 위한 전자증권법 개정안 발의에서 계좌구조 설정이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.
현행 전자증권법에 따르면 거래를 기록하는 장부는 2개로 나뉜다. 증권회사나 은행 등 기관이 보유한 '자기분'은 예탁결제원 자기 계좌부에, 개인 등이 소유한 '고객분'은 증권사, 보험사 등 고객계좌부에 기록하는 식이다. 데이터를 나눠 기재하면서 시세 조작 가능성·이해 상충 문제 등을 방지한다는 취지다.
문제는 블록체인 기술적 특성이 현행 법체계와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.
블록체인은 노드라고 불리는 서버 안에 자기분과 고객분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정보를 등록할 수 있다. 기록 투명성과 조작 방지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면 이해 상충 문제 방지도 가능하다. 즉, 다른 기관과 나눠서 정보를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.
토큰증권을 현행 증권법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. 주주명부, 배당금 지급 등 토큰증권 등록기관이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권리업무를 쪼개면서 기술 혁신 이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.
금융위원회 토큰증권 TF 협의체 지원 실무를 담당했던 이승준 변호사는 “블록체인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이러한 문제들은 입법 논의 과정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”면서 “장기적 관점에서 기술 혁신 이점을 잘 활용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”고 짚었다.
독일은 2021년 전자증권도입법 시행으로 기존 전자증권과 토큰증권(암호증권)을 별도 법률에 적용하고 있다. 블록체인 기술 특성을 고려한 판단이다.
앞서 21대 국회에서 임기 종료로 폐기된 전자증권법 개정안에서는 이 같은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.
금융위원회도 지난해 2월 토큰증권정비방안에서 블록체인 기술적 이점을 언급했지만 예탁결제원(전자등록기관)에 총량 관리역할을 그대로 부여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.
22대 국회에선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토큰증권 법제화를 위한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으로 예고했다. 지난 국회에서 추진한 법안 내용이 그대로 수용할 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.